제7장

폭풍 전야

제7장 삽화
비가 그친 다음 날 아침, 나는 곽표두의 말을 따라 동쪽 산길을 탐색하기로 했다. 세 번째 조각의 단서가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동쪽 산길은 청해표국의 주요 운송로 중 하나였다. 험준한 산세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오솔길이었는데, 좌우로 울창한 대나무 숲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한낮에도 어둑어둑했다. 바닥에는 어젯밤 내린 비에 씻긴 수레바퀴 자국이 선명했다. 전날 밤의 일이 떠올랐다. 산길에 오르기 전날, 나와 초우진, 곽소준 셋은 객잔 뒷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마른 식량을 나눠 먹었다. 육포와 건병(乾餠)뿐인 소박한 저녁이었으나, 불빛 아래서 먹으니 제법 그럴듯했다. 곽소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 아까 석굴에서 검을 뽑는 거 봤소. 그 발놀림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연스러워지오?" 과분한 동경이 담긴 눈이었다. 나는 쑥스러워 괜히 육포를 한 입 더 뜯었다. 실상 내 검술은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었으나, 곽소준에게는 그것마저 대단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난 형처럼 사숙님 밑에서 배운 게 아니라, 표국 막내로 어깨너머 배운 것뿐이거든." 곽소준이 불씨를 막대로 쑤시며 중얼거렸다. 그 말투에는 부러움과 약간의 자괴감이 섞여 있었다. 초우진이 곽소준의 어깨를 툭 쳤다. "검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네. 자네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 말에 곽소준이 환하게 웃었다. 초우진이 사람을 다루는 솜씨는 검을 쓰는 것 못지않았다. 나는 그 광경이 좋아서 불빛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때 초우진이 식량 보따리에서 마른 육포를 꺼내 둘로 찢어 곽소준과 내 앞에 놓았다. 곽소준이 자기 몫을 집어 들다가, 문득 손을 멈추었다. "초 형, 왜 항상 형이 알아서 나누시오?" 가벼운 말투였으나, 어딘가 삐죽한 가시가 돋아 있었다. 초우진이 눈을 깜빡였다. "습관이네. 원래 먼저 챙기는 성미라서." "그 '원래'가 좀 불편하오." 곽소준이 불씨를 막대로 쿡쿡 찔렀다. 붉은 불꽃이 하늘로 튀었다. "내가 표국 막내라서 그런 거요? 알아서 나누어주지 않으면 제 몫도 못 챙길 놈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초우진이 말없이 곽소준을 바라보았다. 변명도, 달래는 말도 하지 않았다. 모닥불 타는 소리만이 어색한 침묵을 채웠다. 곽소준의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사실 화가 난 것이라기보다,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여정이 길어지면 사소한 것이 감정의 불씨가 되는 법이다. 나는 품속을 뒤적여 곶감 하나를 꺼냈다. 며칠 전 신춘시장에서 산 것 중 마지막 남은 한 알이었다. 곶감을 손가락으로 셋으로 쪼개어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겨우 한 입 거리밖에 되지 않는 작은 조각이었다. "내 고향 것이오. 셋이 나누어 먹으면 내년에도 건강하다는 말이 있소." 방금 지어낸 말이었다. 그러나 곽소준이 곶감 조각을 받아 들고는, 코를 킁 하고 훌쩍이더니 입에 넣었다. 초우진도 제 몫을 받아 한 입에 삼키며 조용히 웃었다. "달구만." "형, 미안하오. 괜히 그랬소." 곽소준이 뒤통수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초우진이 아무 말 없이 곽소준의 어깨를 한 번 더 툭 쳤다. 그것으로 족했다. 모닥불이 다시 따뜻하게 타올랐다. "초 형은 고향에 가족이 있소?" 곽소준이 불쑥 물었다. 초우진의 표정이 찰나 멈추었다.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이 한순간 굳었다가, 곧 평소의 조용한 미소로 돌아왔다. "밤이 깊었구만. 내일 산길이 만만치 않을 테니, 일찍 자세." 능숙하게 말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그가 가족을 화제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나는 물어볼 수 없었다. 사람마다 들추지 말아야 할 곳이 있는 법이었다. 나는 발자국을 따라 산길을 올랐다. 중간중간 바위 위에 나뭇가지로 만든 표식이 있었다. 표국에서 사용하는 길잡이 표식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은밀하게 남긴 것이었다. 산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왼쪽 길은 산 아래 마을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깊은 골짜기로 향했다. 그리고 오른쪽 길 입구의 바위 밑에 작은 돌멩이가 세 개 삼각형으로 놓여 있었다. 표사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신호. '이곳에 물건이 있다'는 뜻이었다. 골짜기로 들어서자 작은 석굴이 나타났다. 입구에 이끼가 가득했지만, 최근 누군가가 드나든 흔적이 있었다. 석굴 안으로 들어가자, 구석에 나무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 양피지 한 장이 있었다. 세 번째 조각의 소재를 알려주는 서신이었다. 첫 번째 조각과 같은 재질의 양피지에 적힌 글이었으나, 비급의 내용이 아니라 세 번째 조각이 숨겨진 장소를 가리키는 약도와 설명이 담겨 있었다. 귀룡산(歸龍山)이라는 지명이 또렷이 적혀 있었다. 손이 떨렸다. 세 번째 조각의 행방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직접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조각을 품에 넣고 석굴을 나오려는 순간, 발밑에 무언가가 밟혔다. 내려다보니 화전(火箭)의 잔해였다. 불에 타다 만 화살촉, 그을린 나무 화살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석굴 주변을 살피니 바위 여기저기에 검은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이곳을 불화살로 공격한 흔적이었다. 혈야단. 좁은동굴에서 만났던 그 이름이 떠올랐다. 흑사맹과 연결된, 혹은 그 위에 있는 조직. 그들이 이곳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화전의 잔해로 보아 불과 하루 이틀 전의 일이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서둘러 산을 내려오는 길, 마음이 급했다. 세 번째 조각의 단서를 확보했지만 적들이 코앞까지 쫓아온 것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 객잔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곽소준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 식사 때 곽소준은 내 옆에 앉아 "형, 나중에 검법 한 수 알려주시오"라며 눈을 반짝이던 때가 불과 몇 시진 전이었다. 그런 녀석이 종적이 묘연했다. 그의 방은 비어 있었고, 짐도 일부 사라져 있었다. 초우진에게 물었더니 그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침 이후로 보지 못했네." 불안감이 커졌다. 곽소준은 청해표국의 소표두로서 동쪽 산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세 번째 조각의 단서가 그 길에 숨겨져 있었다는 것도 그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지금 그가 사라졌다. 배신인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인가? 곽표두에게 알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섣불리 아비에게 아들의 의심을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 나는 먼저 사숙을 찾아뵙기로 했다. --- 남궁철 사숙은 객잔 뒤편의 조용한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그윽한 차 향기가 주변에 퍼져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사숙은 눈을 떠 나를 바라보셨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깊은 눈빛이었다. "사숙, 세 번째 조각의 소재를 알려주는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함께 맡아주십시오." 품속에서 세 번째 조각의 서신과 함께, 좁은동굴에서 확보한 첫 번째 조각의 양피지를 꺼내 공손히 올렸다. 적들이 가까이 와 있는 이상, 비급 조각을 내가 품고 다니는 것보다 사숙께서 지키시는 편이 안전했다. 사숙은 두 장의 양피지를 받아 자세히 살펴보시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귀룡산이라... 세 번째 조각은 그곳에 있었군. 때가 되면 반드시 찾아야 하네." "하지만 석굴 주변에서 화전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혈야단이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숙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전에 혈야단이 적무현의 직속 수하라 말씀하셨던 그분의 눈빛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혈야단이 석굴까지... 적무현의 수족이 이미 코앞에 와 있군." "곽소준이 실종되었습니다." 내 말에 사숙은 잠시 침묵하셨다. 그리고 천천히 말씀하셨다. "그 아이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겠네. 사람의 마음이란 쉽게 알 수 없는 법이니." 사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 난간에 기대셨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며 기이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폭풍이 오고 있네." 사숙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 폭풍의 한가운데에 서게 될 것이네." 나는 사숙의 옆에 나란히 서서 붉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거세지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먼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의 폭풍이자, 강호의 폭풍이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숙께 맡긴 비급 조각과 서신이 안전할지 걱정이 앞섰고, 적무현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쪽지에 담긴 자신감, 혈야단의 공격 흔적, 곽소준의 실종. 모든 것이 하나의 큰 그림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번개가 번쩍였다. 순간 방 안이 대낮처럼 환해졌다가, 다시 짙은 어둠에 잠겼다. 그 찰나의 빛 속에서 나는 창 너머 지붕 위에 서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을 보았다. 아니, 본 것 같았다. 다시 번개가 칠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적무현인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폭풍 전야. 사숙의 말씀이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세차게 기와를 두들기는 소리가 마치 전쟁의 북소리처럼 들려왔다. 나는 검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사숙께서 가르쳐주신 호흡법으로 마음을 다스리려 했다. 고요함 속에서 기(氣)의 흐름을 느꼈다. 단전에서 시작된 따스한 기운이 온몸의 경맥을 따라 순환했다. 아직 미약했지만, 분명히 이전보다 강해지고 있었다. 비급의 조각에서 얼핏 본 초식의 원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폭풍이 오고 있다. 하지만 나도 강해지고 있다. 그 사실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